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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지식

ERC-404, NFT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

ERC 시리즈  

 

24년 2월 둘째 주 10,000%가 넘는 급격한 가격 상승을 보여준 판도라 토큰은 ERC-404라는 비공식 토큰 표준을 처음 선보인 프로젝트다. ERC-404에서 ERC는 Ethereum Request for Comments의 줄임말로 토큰을 발행하는 코드인 스마트 컨트랙트의 표준 규격을 정리한 문서로, 이더리움 토큰의 표준을 정의하고 있다. 표준은 여러 개가 있으며 저마다 기능이 다르다. 개발자는 이 문서를 바탕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작성하고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배포해 토큰을 발행한다.

 

이더리움 토큰 표준이 되려면 EIP (Ethereum Improvement Proposals)에 내용을 제출해 검토 및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ERC-404는 승인받지 않았기 때문에 비공식 토큰 표준이라고 표현했다. ERC-404를 개발한 판도라 랩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토큰 표준은 '실험 중인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ERC-404는 공식 표준인 ERC-20과 ERC-721을 연결해 사용하는 버전이다. ERC-20으로 발행한 토큰은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가지며 서로 교환 가능하다. 마치 동전처럼 말이다. 반면 ERC-721은 토큰 별로 각각 다른 특성과 정보, 가치를 가지며 서로 교환 불가하다. 그림 작품들이 제각기 다른 특성과 가치를 가지는 것과 같다. ERC-721로 발행한 하나의 토큰은 다른 토큰으로 대체 불가능해 Non-Fungible Token, 줄여서 NFT라고 부른다. 

 

ERC-404

 

ERC-404의 기획 의도는 'NFT의 유동성 문제 해결'이다. 다른 암호화폐나 현금으로 바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ERC-20 토큰과는 다르게 NFT는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이 나타나야만 처분할 수 있다. 특히 고가의 NFT는 유동성[각주:1]이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ERC-404는 ERC-20 토큰을 사용해 NFT를 거래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1개의 ERC-20 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면 NFT 1개가 자동으로 ERC-20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지갑에 생성된다. ERC-20 토큰을 전부 매도하거나 일부 매도해서 1개 미만의 수량이 되면 NFT는 없어진다. 단, 일부 매도한 경우 NFT가 없더라도 NFT의 소유권을 분할해서 갖고 있다고 간주한다. 

 

이 방식은 NFT의 빠른 처분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NFT를 사는 대신 ERC-20 토큰만 소량 가지고 있어도 NFT 소유권을 일부 가질 수 있다. 소유권을 일부 가지고 있는 건 어떤 소용이 있을까?

 

NFT가 단독으로 있다면 거래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ERC-20 토큰이 연결되어 여러 사람이 토큰을 사고판다면 해당 NFT는 쉴 새 없이 여러 사람에게 소유된 상태로, NFT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활발한 거래'를 유지할 수 있다. NFT 가격이 오르면 소유권의 일부인 토큰의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NFT 거래량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판도라 랩스 팀이 비슷한 구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Read me seconds.

 

NFT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많은 사람이 필요에 의해 NFT를 사고팔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거래하려면 첫 번째로 결제와 사용이 편리해야 하고 두 번째로 NFT의 쓰임새가 명확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RC-404 또한 직면한 과제가 많다. ERC-404는 네트워크 수수료[각주:2]가 기존 NFT 거래 대비 3배 높아 장기적인 사용이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참고 자료 2) 가격 상승은 기술을 향한 호평이라기보다 일시적인 관심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ERC-404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현재 어떤 시도를 왜 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블록체인이라는 분야의 발전을 따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고 자료

  1. Pandora Labs, "Documentation - Introduction", 링크
  2. 신대훈, "이더리움 개발자들, ERC-404로 인한 수수료 급등에 DN-404 토큰 생성", 토큰포스트, 2024.02.14.

용어 설명

  1. 유동성 : 경제학에서는 자산이나 채권을 손실 없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얼마나 간단하게 금융 화폐 또는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본문으로]
  2. 네트워크 수수료 :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트랜잭션(송금, 스마트 계약 실행 등)을 처리하기 위해 연료처럼 소모되는 비용. 금액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트랜잭션의 종류, 트랜잭션 처리 시간대에 따라 변동된다. [본문으로]